시즌 1 · 1화 · 수학 실습

합은 맞는데.

입학 첫날, 문새온은 고개부터 들었다.

모아뜰 아카데미는 위로 이어지는 탑이었다. 층마다 넓은 복도가 둘러 있고, 그 사이로 계단이 올라갔다. 새온이 선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위층의 불빛은 보였다. 꼭대기는 보이지 않았다.

새온은 빈 카드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톡 쳤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발은 벌써 계단 쪽을 향했다.

“새온, 소담, 두레. F반이야.”

곽도은 선생님이 셋을 불렀다. 새온 앞에 남색 빛의 창이 떠올랐다. 왼쪽 위 모서리가 작은 계단 모양으로 깎여 있었다.

1층 · F반

배정 완료 · 수학 퍼즐 회랑

맨 아래층이었다. 새온은 다시 위를 보았다. 저 계단도 지금 서 있는 바닥에서 시작했다.

“올라가면 되지.”

기소담은 계단 대신 옆으로 난 복도를 살폈다. 윤두레는 꿀색 기록책을 든 채 선생님이 가리킨 자리를 보았다. 새온도 발끝을 돌렸다. 오늘의 실습은 그쪽이었다.

퍼즐 회랑에는 남색 돌 탁자가 놓여 있었다. 모서리가 여덟 개인 탁자였다.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둥근 램프가 세 개 달려 있었다. 전부 꺼져 있었다.

“여기. 불이 꺼져 있어.”

두레의 손끝이 가까운 램프를 가리켰다. 새온이 들여다보려는데 위층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이 실습, 난 두 가지로 깼어.”

표이찬이었다. A반인 이찬은 난간 안쪽에 똑바로 서 있었다. 가슴 앞에서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승급 실습 때 보자.”

새온은 한쪽 어깨를 먼저 올렸다. 아직 탁자 위를 다 보지도 않았지만, 자기 방법도 곧 생길 것 같았다.

“그럼 우리 차례네.”

탁자 한가운데 푸른빛을 내는 구슬이 있었다. 네 개씩 세 줄. 모두 열두 개였다. 선생님은 이것을 에너지 코어라고 불렀다. 크기도 빛도 같았고, 매끈한 구슬 하나하나가 떨어져 놓여 있었다.

빈 쟁반은 셋이었다. 둥글게 마감된 은빛 쟁반이 새온 앞에 하나, 소담 앞에 하나, 두레 앞에 하나씩 있었다.

선생님은 탁자에서 조금 물러섰다.

“전부 나눠. 셋이 똑같이.”

“제가 먼저 해볼게요.”

새온이 손을 들었다. 열두 개를 쟁반에 옮기면 되는 일이었다. 가운데를 비우는 건 금방 할 수 있었다.

새온은 자기 쟁반에 다섯 개를 놓았다. 소담의 쟁반에는 네 개, 두레의 쟁반에는 세 개를 놓았다. 마지막 코어가 손에서 내려가자 탁자 가운데가 깨끗해졌다.

다섯, 넷, 셋. 다 더하면 열둘.

“합은 12, 끝!”

새온은 두 손을 탁자에서 뗐다. 그런데 램프는 그대로였다. 새온의 눈이 코어가 있던 가운데로 돌아갔다. 빠뜨린 구슬은 없었다. 손에도 없었다.

소담이 안경 다리를 한 번 정리했다.

“잠깐. 조건은 둘이야.”

“다 나눴잖아.”

“남김없이. 똑같이.”

소담은 빈 가운데를 짚고, 그다음 세 쟁반을 차례로 가리켰다. 새온은 선생님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전부 나누라는 말 뒤에 짧은 말이 하나 더 있었다.

셋이 똑같이.

새온 앞에는 다섯 개, 소담 앞에는 네 개, 두레 앞에는 세 개였다. 다 썼다는 것과 똑같이 받았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두레가 손을 들었다.

“아직. 내 말도 들어.”

새온은 탁자 쪽으로 다시 내밀던 손을 멈췄다. 이번엔 두레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탁자 옆에 계단 모서리 창이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코어 12개, 몫은 제각각.

공평하게 만들려면?

보상: 새 스킬

한 사람에게 돌아간 코어의 수. 그게 몫이었다. 새온은 자기 쟁반과 두레의 쟁반을 번갈아 보았다. 자기 앞에 있는 것을 옮기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손은 아직 내밀지 않았다.

다섯 개 쪽에서 세 개 쪽으로. 얼마나 옮겨야 같아질까.

새온은 코어를 건드리지 않고 두 쟁반 사이에 손가락을 놓았다. 하나를 옮긴 자리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자기 쟁반에서 하나가 줄고, 두레의 쟁반에는 하나가 늘었다. 소담 앞의 네 개는 그대로였다.

두레도 같은 두 자리를 짚었다.

“여기. 하나만 옮겨.”

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쪽에서 하나. 그러면 셋 다 네 개네.”

말하고 나니 손이 갈 자리가 분명했다. 가운데에 코어를 더 놓을 필요도, 새 코어를 가져올 필요도 없었다. 있는 것을 옮기면 됐다.

“좋아. 바꿔 보자.”

새온은 자기 쟁반의 코어 하나를 집어 두레의 쟁반에 놓았다. 빈손을 거둔 뒤 다시 셌다.

새온 앞에 네 개. 소담 앞에 네 개. 두레 앞에 네 개.

램프 세 개가 함께 켜졌다. 작은 불빛이 은빛 테두리를 따라 번졌다. 새온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한 동작은 코어 하나를 옮긴 것뿐이었다. 그런데 세 쟁반이 모두 달라 보였다.

소담은 가운데를 확인했다. 두레는 세 쟁반을 나란히 보았다. 새온도 둘의 시선을 따라갔다. 빈 가운데와 고른 몫. 이제 두 조건이 함께 맞았다.

“잠깐. 탁자에 홈이 열렸어.”

새온이 허리를 조금 숙였다. 탁자 바깥쪽에 얕은 홈이 나타나 있었다. 아까는 이어져 있던 테두리가 그 자리에서 벌어졌다.

홈 안에는 작은 계단 조각이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세 단이 이어졌고 모서리는 둥글었다. 글자도 무늬도 없었다. 새온이 방금 올려다본 계단을 작게 잘라 놓은 듯했다.

그런데 빛은 위로만 가지 않았다.

조각을 따라 흐르던 푸른빛이 아래쪽으로 돌아왔다. 새온은 손을 뻗으려다 홈 밖에 그대로 두었다. 꺼내지 않아도 빛이 가는 방향은 보였다.

“빛이 아래로 돌아오네.”

소담의 말에 새온은 조각 아래쪽을 다시 보았다. 계단이라면 올라가는 길부터 생각했는데, 이 빛은 내려오는 길도 알고 있는 듯했다.

“꼭대기랑 이어질지도.”

새온은 아까 올려다본 탑을 떠올렸다. 조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빛이 아래를 한 번 더 지나고, 홈은 천천히 닫혔다. 새온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탁자 위에는 여전히 네 개씩 담긴 쟁반 셋이 있었다. 선생님은 열린 장치를 살펴본 뒤 새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바꿨어?”

새온은 자기 쟁반과 두레의 쟁반을 짚었다.

“다섯 개에서 하나를 옮겼어요. 셋 다 네 개예요.”

이번에는 설명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온은 탁자 가운데도 가리켰다.

“열두 개를 다 썼어요.”

선생님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해.”

새온은 소담 쪽으로 돌아섰다.

“합만 보고 끝낼 뻔했네.”

“합이랑 몫은 따로네.”

소담이 세 쟁반을 나란히 짚었다. 두레는 기록책을 펴고 손가락으로 페이지 끝을 쓸었다.

“한 명에 네 개. 남는 거 없어.”

열두 개를 셋에게 똑같이 나누면 한 명에게 네 개. 탁자 옆에 짧은 식이 떠올랐다.

12 ÷ 3 = 4

새온은 식에서 쟁반으로 눈을 옮겼다. 열두 개가 세 사람의 네 개씩이 되었다. 각 쟁반의 네 개를 다시 모아도 열두 개였다.

처음에도 모두 열두 개였고, 지금도 모두 열두 개였다. 달라진 것은 한 사람에게 돌아간 수였다. 새온은 식보다 쟁반을 한 번 더 오래 보았다.

새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클리어

같은 몫 · 남김없음

새온 · 다음 길: 조건 핀

새 스킬: 「고른 몫」 나눗셈

조건 핀. 새온은 소담이 빈 가운데와 세 쟁반을 따로 짚던 손을 떠올렸다. 다음에는 시작하기 전에 그 두 자리를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그렇게 해 본 것은 아니었다.

새온은 선생님에게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다른 방법도 돼요?”

“물론. 다음엔 셋 다 설명해.”

새온은 다시 네 개씩 담긴 쟁반을 보았다. 처음부터 똑같이 놓는 길도 있을 터였다. 이찬이 말한 두 가지가 생각났다. 자기 방법을 찾았으니 다른 길도 찾아보고 싶었다.

계단 쪽에 안내창이 떠올랐다.

다음 승급 실습

학기말 · 구역마다 관문 하나

통과하면 위층으로

A반과 같은 문제 · 찾아낸 방법 수로 승부

조건: 셋 다 자기 말로 설명

새온은 소담과 두레를 돌아보았다. 혼자 먼저 손드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실습이었다. 셋이 놓은 것을 셋이 설명해야 했다.

새온이 위층의 이찬에게 말했다.

“두 번째 방법은 실습 때 보여 줄게.”

소담은 안경에서 손을 내렸다. 두레도 기록책을 닫았다. 세 램프가 켜진 탁자를 뒤로하고, 셋은 열린 계단 문 앞의 넓은 복도로 걸어갔다. 오늘은 아직 맨 아래층이었다.

새온은 발을 멈추고 다시 위를 보았다. 아까는 올라갈 길만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작은 조각을 따라 아래로 돌아오던 빛도 떠올랐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