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수학 실습 시간, 새온은 회랑으로 갔다. 소담과 두레도 함께였다. 곽도은 선생님이 탁자 옆에 섰다.
지난 과학 실습에서는 같은 색의 자석을 보았다. 마주 보는 극을 바꾸자 움직임도 달라졌다. 오늘은 은빛 쟁반 안의 푸른빛이 먼저 보였다.
1층 · F반
퍼즐 회랑 · 여섯째 수학 실습
팔각형 남색 돌 탁자는 그대로였다. 두레가 기록책을 옆 선반에 놓았다. 셋의 뒤에는 넓은 복도가 열려 있었다.
새온은 반걸음 먼저 자기 쟁반 앞에 섰다. 둥근 코어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다섯, 다섯, 셋이었다.
“다시 열셋이네.”
가운데 소담의 쟁반에는 그런 묶음이 둘이었다. 사이에는 빈 틈이 있었다. 틈 양쪽에 다섯, 다섯, 셋이 따로 놓였다.
오른쪽 두레의 쟁반은 비어 있었다. 크기가 같은 쟁반 셋인데 담긴 모습은 달랐다. 탁자 한가운데에도 코어는 없었다.
선생님은 놓아둔 코어에서 손을 거뒀다. 테두리의 작은 램프 셋은 꺼져 있었다.
“식부터 봐. 모두 몇 개야?”
오늘의 실습
제한: 묶음은 그대로
식: 13 × 3
새온은 식에서 자기 쟁반으로 눈을 옮겼다. 열셋은 여기 있었다. 셋은 무엇을 세는 수인지 다시 보고 싶었다.
“방법 하나 더 찾았어.”
이찬이 위층에서 말했다. 난간 안쪽에 똑바로 서서 손을 폈다. 그 손도 난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난 수학 실습에서 한 약속이 생각났다. 새온은 위를 올려다보고 짧게 답했다.
“우린 셋 다, 자기 말로.”
이찬이 손을 내리고 기다렸다. 새온은 탁자 쪽으로 돌아섰다. 소담은 가운데의 두 묶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다 보고 나서 시작할래.”
소담의 손은 쟁반 옆에 멈췄다. 새온은 친구의 손끝을 보다가 자기 앞으로 눈을 돌렸다. 열셋은 이미 셌으니 다음 수를 붙이면 될 것 같았다.
새온은 한 손으로 자기 묶음 바깥을 가리켰다. 다른 손에는 손가락 셋을 폈다. 코어는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열셋에 셋이면 끝? 열여섯.”
손가락 셋은 쟁반 밖에 있었다. 새온은 그 손을 내려놓으려다 멈췄다. 가운데 쟁반에는 아직 푸른 줄들이 남아 있었다.
방금 더한 셋은 어느 코어일까.
두레가 빈 자기 쟁반 앞에 손끝을 모았다.
“묶음 하나가 열셋인데.”
소담의 눈이 가운데의 빈 틈을 지나갔다. 그러고는 쟁반 테두리로 돌아왔다.
“찬 쟁반은 둘. 열셋을 두 번이면 스물여섯?”
소담은 말끝을 닫지 않았다. 손도 그대로였다. 새온은 가운데 쟁반의 한쪽 묶음만 봤다가 눈을 옆으로 옮겼다.
같은 쟁반 안에 짧은 줄이 하나 더 있었다. 쟁반을 한 번 짚으면 그쪽은 지나가게 됐다. 새온은 폈던 손가락을 거뒀다.
오른쪽 잠금 장치에 호박색 빛이 뭉쳤다. 탁한 가닥이 둥근 매듭을 이루었다. 크기는 쟁반 하나를 넘지 않았다.
가닥 사이에 크림빛 눈 같은 틈이 둘 났다. 바깥 가닥은 잠금 장치에 감겨 있었다. 안쪽 겹은 옆의 오른쪽 램프를 덮었다.
그 겹은 매끈한 호박빛 윤이었다. 램프의 둥근 모양이 그대로 보여서 켜진 것 같았다. 왼쪽과 앞쪽 램프는 아직 어두웠다.
“생각이 두 겹으로 엉켰어.”
선생님이 감긴 소품 쪽을 가리켰다.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야. 설명하면 풀려.”
가닥은 두 소품에 머물렀다. 코어를 가리지도, 아이들 쪽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새온이 손을 내려놓고 보아도 더 번지지 않았다.
돌발 퀘스트
더하기 엉킴 · 겹: 짝짝이 묶음
13개씩 3묶음. 모두 몇 개?
보상: 스킬 강화
새온은 빈 두레의 쟁반을 보았다. 묶음을 옮기면 쟁반마다 같아질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놓인 묶음을 그대로 두는 실습이었다.
손은 쟁반 밖에서 기다렸다. 소담도 안경 다리를 정리하고 손을 내렸다. 아직 아무도 묶음별로 더하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때 탁자 앞쪽의 얕은 홈이 열렸다. 두레가 손끝을 모은 채 안을 보았다. 새온도 몸만 조금 숙였다.
안에는 작은 삼단 돌계단이 있었다. 맨 윗단 바로 위의 한 단 모양 홈은 푸른빛으로 차 있었다. 그 안에 돌은 여전히 없었다.
아래 단 밑의 빈자리도 보였다. 그 바로 아래에는 작은 조각이 따로 놓였다. 지난번까지 계단과 떨어져 있던 돌이었다.
“아래 조각도 빛나.”
두레의 말에 새온이 더 낮은 쪽을 봤다. 작은 돌에도 위 홈과 같은 푸른빛이 났다. 빛이 작은 돌의 둥근 모서리에 고였다.
밝아져도 둘 사이의 틈은 남아 있었다. 작은 돌이 빈자리에 붙은 것은 아니었다. 새온은 손을 홈 바깥에 뒀다.
글자나 무늬도 없었다. 셋은 조각을 꺼내지 않았다. 홈이 닫히자 새온은 쟁반의 푸른 줄로 눈을 돌렸다.
램프는 아직 꺼져 있었다. 빛나는 조각을 봤어도 셈은 끝나지 않았다. 새온은 소담이 보고 있는 두 묶음을 같이 보았다.
소담의 눈은 빈 틈 양쪽에서 멈췄다. 이번에는 왼쪽 쟁반까지 다시 훑지 않았다. 손끝이 자기 쟁반의 첫 묶음 아래로 갔다.
“내가 먼저 짚을게.”
검지가 은빛 가장자리를 톡 쳤다. 앞쪽 램프의 작은 빛이 흔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불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소담은 새온 쪽 묶음 바깥을 먼저 짚었다.
“여기 열셋.”
손끝이 가운데 쟁반의 첫 묶음 아래로 왔다.
“열셋을 더하면 스물여섯.”
새온은 자기 손가락 셋을 내려다봤다. 소담이 더한 것은 손가락 수가 아니었다. 그 손이 가리킨 묶음 전체였다.
소담의 손끝이 가운데의 빈 틈을 건넜다. 둘째 묶음 아래에서 멈췄다. 이번에는 쟁반 끝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열셋을 또 더하면 서른아홉.”
소담은 손을 거두고 같은 줄들을 봤다.
“열셋, 스물여섯, 서른아홉.”
바깥 가닥이 느슨해졌다. 잠금 장치에서 크림빛 알갱이가 풀려 나왔다. 오른쪽 램프에는 안쪽 겹의 윤이 남았다.
새온은 소담이 처음 멈춘 자리를 보았다. 거기서부터 손이 움직여 셈이 이어졌다. 혼자 끝까지 확인한 뒤 내놓는 말과 달랐다.
소담은 다시 쟁반으로 눈을 내렸다.
“아까는 찬 쟁반을 세려 했어.”
가운데의 빈 틈을 손끝으로 짚었다.
“여기엔 묶음이 둘. 둘 다 열셋이네.”
새온도 틈 양쪽의 다섯, 다섯, 셋을 보았다. 쟁반 하나 안에서 열셋을 두 번 더해야 했다. 빈 쟁반은 열셋 한 묶음으로 셀 수 없었다.
“쟁반 수랑 묶음 수가 달라.”
소담은 새온 쪽에서 자기 앞까지 손끝을 옮겼다.
“열셋씩. 그런 묶음이 셋.”
새온은 자기가 들었던 손을 폈다.
“난 열셋 뒤에 코어 셋만 더했네.”
그런데 손에 코어 셋은 없었다. 눈앞에는 열셋씩 든 묶음들이 있었다. 새온은 자기 쟁반과 가운데를 차례로 짚었다.
“셋은 묶음 수였어. 열셋을 세 번 더해야 해.”
소담의 손끝에서 가는 크림빛 핀이 나왔다. 빈 돌 위로 뻗어 오른쪽 램프의 윤에 닿았다. 손은 매듭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핀은 코어를 가리지 않았다. 매끈한 겹이 멈추자 안쪽 가닥이 드러났다. 왼쪽과 앞쪽 램프가 켜졌다.
두레가 빈 자기 쟁반 앞 가장자리를 쓸었다. 손끝은 몸 가까운 쪽에서 멈췄다.
“묶음 셋, 다 더했어.”
두레는 왼쪽의 한 묶음과 가운데의 둘을 짚었다.
“하나마다 열셋. 빠진 묶음 없어. 끝.”
마지막 가닥이 크림빛 알갱이로 풀렸다. 오른쪽 램프의 윤도 벗겨졌다. 맑은 불빛이 켜져 램프 셋이 모두 빛났다.
오름
소담 · 첫 수 — 다 보기 전에 먼저 시작했어
코어는 처음 놓인 그대로였다. 왼쪽에 열셋, 가운데에 스물여섯이었다. 오른쪽 쟁반과 탁자 한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묶음마다 열셋이고, 묶음 셋을 모두 더했다. 나누거나 합친 묶음도 없었다. 탁자 옆에 짧은 식이 떠올랐다.
13 + 13 + 13 = 39
13 × 3 = 39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한 것을 곱셈으로 나타냈다. 새온은 식의 셋에서 쟁반 대신 묶음을 봤다. 찬 쟁반은 둘이어도 열셋 묶음은 셋이었다.
“모두 서른아홉. 코어는 안 옮겼어.”
새온은 선생님을 보았다.
“숨은 건 소담이 찾았어요.”
소담도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가운데 묶음 둘을 따로 더했어요. 먼저 하나를 짚고 시작했어요.”
두레가 가장자리에서 손을 뗐다.
“셋 다 더한 데서 끝냈어요.”
선생님은 셋의 말이 끝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해.”
퀘스트 클리어
같은 묶음 · 묶음마다 더해 확인
더하기 엉킴 · 겹까지 풀림
스킬 강화: 「같은 묶음」 곱셈
“방법은 아직 내가 하나 더.”
이찬이 난간 안쪽에서 말했다. 새온은 위를 올려다봤다. 이찬은 손을 편 채 말을 이었다.
“승급 실습에서 보여 줄게.”
소담은 안경으로 가던 손을 내렸다. 새온보다 먼저 위를 보고 답했다.
“다음 자리에서도 내가 먼저 짚어 볼게.”
두레가 선반의 기록책을 가져왔다. 탁자 너머 넓은 아치가 보였다. 소담이 그쪽으로 몸을 돌리자 새온도 옆에 섰다.
셋은 열린 복도로 걸어 나왔다. 오늘도 맨 아래층이었다. 새온은 소담의 빈손을 보고 자기 손을 내렸다.
다음에 먼저 움직일 손은 자기 손만은 아닐 터였다. 새온은 걸음을 멈추고 위를 봤다. 작은 돌이 빛나도 계단 밑의 틈은 아직 남아 있었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