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수학 실습 시간, 새온은 은빛 원판 둘이 놓인 탁자 앞에 섰다. 소담이 옆에 서고 두레가 기록책을 안았다. 과학 자리의 관찰통은 뒤에 남았다.
지난번 두레는 통 바닥의 물까지 짚었다. 새온은 자기가 비워 두려던 자리를 떠올렸다. 오늘은 친구가 어디까지 보는지 듣고 싶었다.
전에 본 아치 아래의 탁자였다. 여덟 모서리의 남색 돌 가운데에 원판이 나란히 놓였다.
1층 · F반
퍼즐 회랑 · 준비 기록
은빛 쟁반 셋은 비어 있었다. 테두리의 작은 램프 셋도 꺼져 있었다. 푸른 코어는 모두 보관된 채였다.
곽도은 선생님이 원판 곁에 서 있었다. 두레는 꿀색 기록책을 옆 선반에 펼쳤다. 셋 뒤에는 넓은 복도가 열려 있었다.
“준비는 끝났어. 기록만 바꿔.”
선생님이 탁자 옆의 창을 가리켰다.
모형 준비 기록
준비 시간: 2분
같은 시간을 초로 적기
새온은 둥근 바늘 끝을 봤다. 두 바늘은 모두 멈춰 있었다. 원판의 가장자리 홈은 낮은 덮개 아래에 가려졌다.
“지금 준비하는 건 아니네요.”
“끝난 기록을 다시 보는 거야.”
새온은 올렸던 손을 내렸다. 서둘러 끝낼 준비는 없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다른 말로 적는 자리였다.
위층에서 이찬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적었어.”
새온이 올려다보니 이찬은 난간 안쪽에 섰다. 짧은 천 띠를 줄자함에 접어 넣었다. 그 옆에 작은 메모 창이 떠 있었다.
이찬의 메모
기록: 2
새온은 그 수를 보고 탁자 쪽으로 돌아섰다. 원래 기록에도 둘이 있었다. 이찬은 벌써 적었는데 자기는 아직 손이 비었다.
원판 옆의 임시 기록 창이 켜졌다.
임시 기록
200초
오른쪽 원판 옆면에는 매끈한 윤이 둘러졌다. 울퉁불퉁한 가닥은 보이지 않았다. 새온은 가지런한 창과 그 윤을 함께 봤다.
앞서 한 바퀴를 볼 때도 백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분이 둘이었다. 백을 두 번 놓으면 이백이 될 듯했다.
새온은 접이판을 펼쳤다. 빈 면의 왼쪽을 짚고 오른쪽을 짚었다. 두 자리마다 백이라는 수를 하나씩 놓아 보았다.
“이백이면 되지?”
접이판에는 원판의 홈을 옮겨 놓지 않았다. 새온은 빈 두 자리만 보고 손을 모았다. 원판 쪽으로 가져가려던 손이 잠깐 멈췄다.
위에서 이찬이 메모를 다시 보고 있었다. 작은 미소가 멎었다. 손끝이 수 뒤의 빈 곳을 짚었다.
“단위 빠졌네. 다시 할게.”
메모 수정
기록: 2분
새온은 바뀐 메모를 올려다봤다. 같은 둘인데 뒤에 분이 붙었다. 이제 무엇을 적은 수인지 알 수 있었다.
이찬은 수정한 창에서 손을 내렸다. 초로 바꾼 수는 말하지 않았다. 새온도 이백 뒤에 붙은 초를 다시 봤다.
분을 초로 바꿨다는 것은 어떻게 확인할까.
소담이 안경 다리를 정리했다.
“잠깐. 둘은 분이야.”
소담은 준비 기록과 임시 기록을 따로 짚었다.
“여긴 초. 같은 시간이어야 해.”
두레가 가슴 앞에 빈손을 들었다.
“아직. 내 말도 들어.”
새온은 펼친 접이판을 내려놓았다. 두레는 왼쪽 원판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옮겼다. 손끝은 덮개 밖에 머물렀다.
원판 둘의 옆면에 호박빛 가닥이 보였다. 왼쪽은 둥근 매듭으로 엉켰다. 오른쪽은 가닥이 납작하게 붙어 매끈했다.
둘을 잇는 빛 사이에 크림빛 눈 틈이 둘 났다. 바늘 끝은 가리지 않았다. 하나의 엉킴이 두 원판에 감겨 있었다.
새온은 오른쪽의 윤을 다시 봤다. 처음에는 다 맞춰 놓은 자리처럼 보였다. 곁의 이백 초도 그만큼 믿기 쉬웠다.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였다. 가닥은 원판 옆면에만 머물렀다. 새온이 손을 내린 뒤에도 복도 쪽으로 뻗지 않았다.
퀘스트
백초 엉킴
준비 시간: 2분
같은 준비 시간을 초로 적으면?
보상: 스킬 강화
새온은 두레의 손끝을 봤다. 그 손은 두 원판을 함께 짚으려다 멈춰 있었다. 새온의 접이판에는 백이라는 짐작만 둘 있었다.
원판 둘에는 어떤 시간이 담겼을까.
“네 이유도 듣자.”
두레가 빈손을 내렸다. 새온도 접이판을 닫고 기다렸다. 탁자 앞의 얕은 홈이 열렸다.
안에는 작은 삼단 돌계단이 있었다. 맨 윗단 위의 한 단 모양 홈은 비어 있었다. 아래 빈자리 밑에는 작은 돌이 따로 놓였다.
새온은 손을 홈 바깥에 뒀다. 지난 수학 자리에서 빛은 위와 아래를 이었다. 이번에는 아래의 돌부터 빛이 움직였다.
가느다란 푸른빛이 단 모서리를 타고 올랐다. 낮은 단을 지나 빈 위 홈으로 갔다. 작은 돌과 계단 사이의 틈은 그대로였다.
“이번엔 위로 가네.”
소담도 몸만 조금 숙였다.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글자나 무늬 없이 빛의 방향만 달라졌다.
새온은 마지막 빛 끝까지 눈으로 따라갔다. 과학 자리에서는 위 홈 바로 아래까지였다. 이 자리의 빛은 아래에서 위로 이어졌다.
홈이 닫혔다. 원판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채였다. 새온은 두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선생님이 원판 둘의 낮은 덮개를 열었다. 은빛 둘레에 둥글고 얕은 홈이 드러났다. 두 바늘은 각각 처음 홈에 놓여 있었다.
원판 곁에 장치 안내가 켜졌다.
기록 재생
왼쪽 원판: 앞의 1분
오른쪽 원판: 이어지는 뒤의 1분
홈 한 칸 이동: 1초
두레는 왼쪽 원판 바깥을 짚었다.
“앞 시간은 여기.”
손끝을 오른쪽 바깥으로 옮겼다.
“끝나면 여기로 이어져.”
새온은 두 바늘을 번갈아 봤다. 함께 움직이는 시계 둘이 아니었다. 같은 준비의 앞 시간과 뒤 시간을 나눠 담았다.
두 원판의 홈은 같은 간격이었다. 하나마다 열 개씩 여섯 구간이 둘렀다. 새온은 앞서 돌아왔던 바늘 끝을 떠올렸다.
두레가 왼쪽의 시작 홈 곁을 짚었다.
“여기서 한 바퀴까지.”
새온은 탁자 가장자리의 재생 장치를 톡 눌렀다. 왼쪽 바늘이 다음 홈으로 움직였다. 오른쪽 바늘은 처음 자리에 남았다.
왼쪽의 호박빛 가닥이 움찔했다. 새온은 손을 거두고 움직임을 봤다. 한 칸을 지날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한 구간이 지나자 열 번이었다. 다음 구간도 같은 간격으로 이어졌다. 새온은 큰 수부터 정하지 않고 홈을 따라 셌다.
소담이 안내창의 초를 짚었다.
“한 칸마다 같은 한 초야.”
가는 크림빛 핀이 옆면의 가닥에 닿았다. 매듭이 느슨해지고 움직임은 그대로였다. 오른쪽의 매끈한 윤에도 틈이 났다.
마지막 구간을 지나 왼쪽 바늘이 돌아왔다. 예순 번째 소리가 났다. 바늘은 처음 홈에서 멈췄다.
두레가 왼쪽을 짚던 손을 들었다.
“앞의 일 분. 육십 초.”
곧 오른쪽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은 멈춘 채였다. 소담의 손끝도 오른쪽 안내로 옮겨 갔다.
새온은 오른쪽의 첫 움직임부터 다시 봤다. 열 번씩 같은 여섯 구간이었다. 앞 시간을 세었다고 뒤를 덮을 수는 없었다.
두레의 손끝은 오른쪽 시작 홈 곁에 있었다. 마지막 구간이 끝나자 바늘이 그곳으로 돌아왔다. 두 원판 모두 조용해졌다.
“뒤도 육십 초.”
두레가 원판 둘을 차례로 짚었다.
“육십에 육십을 더해.”
손끝이 왼쪽에서 오른쪽 끝으로 갔다.
“둘 다 담았어. 백이십 초. 끝.”
새온은 두 바늘의 멈춘 자리를 봤다. 한 바퀴에 백 번 움직일 홈은 없었다. 앞과 뒤 모두 예순 번에서 끝났다.
두레가 기록책의 페이지 끝을 한 번 쓸었다. 손이 끝에서 멈췄다. 원판 옆면의 마지막 가닥이 풀렸다.
매끈한 윤도 크림빛 알갱이로 흩어졌다. 은빛 원판 둘은 그대로 남았다. 테두리의 램프 셋이 맑은 크림빛으로 켜졌다.
1분 = 60초
60초 + 60초 = 120초
2분 = 120초
같은 시간을 분과 초로 나타냈다. 새온은 준비 기록과 새 기록을 나란히 봤다. 앞의 일 분과 뒤의 일 분이 모두 들어 있었다.
“난 한쪽마다 백을 놓았어.”
새온은 닫힌 접이판에 손을 뒀다.
“한 바퀴는 육십이었네. 이백은 접자.”
소담은 두 기록 사이의 빈 곳을 짚었다.
“단위만 달라. 시간은 같아.”
새온이 선생님을 올려다봤다.
“앞 시간 뒤에 다음 시간이 이어졌어요.”
두레도 원판에서 고개를 들었다.
“둘 다 끝까지 셌어요. 백이십 초예요.”
선생님은 셋의 말이 끝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해.”
퀘스트 클리어
준비 기록, 맞췄어
백초 엉킴 · 풀림
스킬 강화: 「분초 바꿈」 분과 초의 관계
두레는 기록책을 탁자 가장자리에 놓았다. 펼친 면에 둥근 눌림 자국 둘이 남았다. 이번에 본 두 바퀴를 담은 자국이었다.
새온은 그 둘레를 눈으로 따라갔다. 둘 중 하나만 보고 닫았다면 기록도 비었을 터였다. 두레는 두 자국을 남긴 뒤 책을 안았다.
“기록 챙겼네. 가자.”
소담이 열린 복도 옆에서 기다렸다. 새온은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이번에는 친구의 말이 끝날 곳까지 기다렸다.
오늘도 셋은 맨 아래층에 있었다. 새온은 걷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려오던 빛이 이번에는 작은 돌에서 위로 올랐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