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과학 실습 시간, 새온은 실험대로 갔다. 소담은 옆에서 걷고 두레는 기록책을 안았다. 곽도은 선생님이 통 곁에 서 있었다.
지난 수학 실습에서 소담은 먼저 손을 뻗었다. 묶음을 다 세기 전부터 자기 말을 꺼냈다. 오늘도 소담의 손이 어디로 갈지 궁금했다.
긴 투명 플라스틱 관찰통이 실험대 위에 누웠다. 양 끝은 둥근 마개로 닫혀 있었다. 안에는 같은 크기의 막대자석 둘이 놓였다.
“연보라 하나, 회색 하나.”
지난 과학 실습에서는 둘 다 연보라였다. 이번에는 왼쪽만 연보라색이었다. 오른쪽은 끝부터 끝까지 회색이었다.
1층 · 실험 구역
과학 · 두 색 자석
새온은 두 끝 사이를 들여다봤다. 자석 하나 길이만큼 틈이 있었다. 앞쪽의 작은 결과 등은 꺼져 있었다.
자석은 둥근 받침의 얕은 홈에 누웠다. 홈 안에서 조금씩 미끄러질 수 있었다. 양쪽 멈춤쇠가 막대를 받침 위에 붙들었다.
통 밖에는 손잡이 둘이 있었다. 왼쪽은 왼쪽 받침을 돌렸다. 오른쪽은 받침을 돌리고 가까이 옮겼다.
손잡이를 돌리지 않으면 받침도 돌지 않았다. 통 안으로 손을 넣을 구멍은 없었다. 셋 뒤의 넓은 복도는 열려 있었다.
선생님이 빈손으로 실험대를 가리켰다.
“이번에도 예측부터 해.”
“예측하고 확인할게요.”
새온은 오른쪽 손잡이 앞에 섰다. 붙는 모습을 먼저 보고 싶었다. 지난번에 두 연보라 막대가 맞붙던 순간이 떠올랐다.
소담이 통 밖에서 손잡이들을 짚었다.
“손잡이 둘, 그대로야.”
자석 끝마다 작은 흰 표지 자리가 보였다. 네 동그라미는 모두 같은 모양이었다. 그 곁을 가리키는 안내창이 켜졌다.
자석 끝
두 자석: 다른 색
마주 보는 끝: N · N
새온은 가운데의 연보라 끝과 회색 끝을 봤다. 이번에는 겉모습부터 달랐다. 손잡이까지 손이 금방 닿을 듯했다.
“자석끼린 다 붙잖아.”
소담이 안경 다리를 한 번 정리했다.
“그건 아직 짐작이야.”
“색까지 다르니까 붙을걸.”
지난번에는 같은 색이라 밀어낼 거라 했다. 새온은 이번에는 될 것 같아 손을 올렸다.
소담은 안내창을 보고 통을 다시 훑었다. 허리가 조금 더 앞으로 기울었다. 손잡이를 짚었던 손은 내려가 있었다.
두레가 가슴 높이에 빈손을 들었다.
“아까 봤어. 여기까지면 돼.”
소담이 몸을 세웠다. 새온도 손잡이 위에서 손을 멈췄다. 자석과 손잡이는 아직 출발 자리에 있었다.
통 왼쪽 마개 안쪽에 호박빛이 감겼다. 탁한 가닥이 둥근 매듭을 만들었다. 사이에는 크림빛 눈 같은 틈이 둘 났다.
오른쪽 마개에도 느슨한 가닥이 감겼다. 자석에는 닿지 않았다. 두 끝과 흰 표지 자리는 모두 보였다.
“양쪽 끝에 엉켰네?”
왼쪽 가닥 틈으로 매끈한 겹이 보였다. 탁한 호박색으로 굳은 겹이었다. 새온은 손을 통 밖에 뒀다.
선생님이 두 마개 쪽으로 손바닥을 폈다.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야. 이유를 말해 봐.”
빛 매듭은 마개 안에 머물렀다. 입이나 팔다리는 없었다. 아무에게도 다가오지 않고 복도도 막지 않았다.
돌발 퀘스트
아무끝 엉킴 · 겹: 색깔
N과 N을 마주 보게 가까이 대면?
보상: 스킬 강화
소담의 손끝이 통 밖에서 가운데를 짚었다.
“색 말고, 마주 보는 이름은?”
새온은 왼쪽 끝 곁의 안내를 읽었다. N이었다. 오른쪽 끝 곁에도 N이 있었다.
다른 색인데, 같은 이름. 가까이 놓으면 어느 쪽으로 움직일까.
새온은 올린 손을 자기 쪽으로 거뒀다. 처음 회색 자석 둘을 봤을 때도 N끼리였다. 받침은 다가갔어도 막대는 서로 밀려났다.
소담은 가운데의 두 자리를 번갈아 짚었다.
“N이랑 N이네. 같은 극이면 밀어낼 것 같아.”
새온은 연보라 막대와 회색 막대를 다시 봤다. 이번에는 소담의 손끝이 짚은 이름을 먼저 읽었다. 이제 움직임을 볼 차례였다.
“끝은 그대로. 가까이만 할게.”
새온은 오른쪽 손잡이를 천천히 밀었다. 오른쪽 받침이 왼쪽으로 다가갔다. 두 끝 사이의 틈이 줄었다.
손가락 하나 폭쯤 가까워졌을 때였다. 연보라 막대가 자기 홈 안에서 왼쪽으로 밀렸다. 회색 막대도 오른쪽으로 조금 밀려났다.
새온은 손잡이를 멈췄다. 마주 보는 끝 사이에 틈이 남았다. 두 막대는 닿지 않았다.
“밀려나!”
소담의 손끝은 가운데에 머물렀다.
“N이랑 N. 밀어내네.”
새온은 마주 보는 끝 앞에 생긴 빈 홈까지 봤다. 연보라와 회색이 서로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색이 달라도 지난번 N끼리의 모습과 같았다.
그때 받침 앞쪽의 얕은 홈이 열렸다. 새온은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두레가 홈 바깥으로 손끝을 모았다.
“여기까지 빛나.”
안에는 작은 삼단 계단 조각이 있었다. 둥근 모서리를 따라 빛 선이 올라갔다. 지난 과학 실습보다 조금 더 높았다.
맨 위 홈은 아직 비어 있었다. 빛 끝이 올라가도 돌은 채워지지 않았다. 글자나 무늬도 없었다.
새온은 몸만 조금 숙여 빛 끝을 봤다. 수학 탁자에서는 아래의 작은 돌도 빛났다. 여기서는 위 홈 아래로 선이 올라갔다.
셋은 손을 바깥에 둔 채 조각을 봤다. 꺼내거나 옮기지 않았다. 받침 홈이 닫히자 새온은 몸을 폈다.
결과 등은 아직 꺼져 있었다. 왼쪽 마개의 매끈한 겹도 남아 있었다. 자석이 밀려난 것을 보고 새온은 다시 손잡이를 봤다.
소담이 왼쪽 자석 끝을 가리켰다.
“색은 두고, 이쪽 끝만 바꾸자.”
새온은 오른쪽 손잡이를 출발 자리로 물렸다. 두 막대 사이에 처음의 틈이 다시 났다. 선생님이 곁에서 장치를 살폈다.
두레가 왼쪽 손잡이를 잡았다. 새온은 오른쪽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두레가 왼쪽 받침만 반 바퀴 돌렸다.
연보라 막대의 바깥 끝이 가운데로 왔다. 회색 막대는 돌리지 않았다. 마개에 감긴 가닥은 제자리에 남았다.
마주 보는 끝: S · N
왼쪽만 S로 바뀌었다. 오른쪽은 N 그대로였다. 색은 처음 그대로였다.
소담이 통 밖에서 처음의 틈을 짚었다.
“틈은 같게. 미는 만큼도.”
두레가 왼쪽 손잡이를 놓았다. 새온은 오른쪽 손잡이를 잡았다. 같은 출발 자리에서 같은 만큼 천천히 밀었다.
이번에도 손가락 하나 폭쯤 가까워졌다. 연보라 막대가 자기 홈 안에서 오른쪽으로 왔다. 회색 막대도 왼쪽으로 미끄러졌다.
마주 보는 두 끝이 맞붙었다. 새온은 손잡이를 놓았다. 방금 남았던 가운데 틈이 이번에는 없어졌다.
소담의 손가락이 통 밖에서 두 끝을 짚었다.
“색은 그대로. 극이 바뀌니 달라.”
소담은 안내창의 두 이름을 차례로 봤다.
“N끼리는 밀어냈어. S와 N은 끌어당겼어.”
새온은 두 막대의 색을 번갈아 봤다. 바뀐 색은 없었다. 바꾼 것은 왼쪽에서 마주 보는 끝이었다.
“색이 다르다고 붙는 게 아니네.”
소담은 가운데에서 손을 거뒀다.
“마주 보는 극을 읽어야 해.”
왼쪽 마개의 바깥 가닥이 느슨해졌다. 매끈한 겹에도 틈이 났다. 오른쪽 가닥도 마개에서 조금 벌어졌다.
마지막 가닥은 아직 남았다. 결과 등은 꺼져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매듭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소담의 눈이 안내창에서 통으로 돌아왔다. 허리가 다시 조금 기울었다. 새온은 오른쪽 손잡이 앞에서 빈손을 폈다.
한 번 더 물리고, 다시 가까이 대는 걸까. 소담의 손끝을 기다렸다. 선생님도 말을 보태지 않았다.
소담이 스스로 멈추고 몸을 세웠다. 손은 실험대 아래로 내려갔다.
“N끼리 밀어낸 것, S와 N이 끌어당긴 것.”
소담은 통 안의 맞붙은 끝을 봤다.
“둘 다 봤어. 여기서 끝.”
두레가 고개를 들고 손바닥을 폈다.
“응, 거기까지.”
소담의 손끝이 실험대 앞으로 왔다. 앞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가운데 결과 등은 가리지 않았다.
끝에 닿자 손이 멈췄다. 새온은 다시 손잡이로 가는 손을 기다리지 않았다. 소담이 정한 끝은 바로 그 자리였다.
마개에 남은 가닥이 풀렸다. 매끈한 겹도 크림빛으로 옅어져 사라졌다. 마개와 막대는 통 안에 그대로 남았다.
그제야 작은 결과 등이 켜졌다. 빛은 실험대 앞에서 났다. 맞붙은 자석 자체에는 빛이 없었다.
오름
소담 · 끝손 — 끝낼 때를 정했어
관찰
N · N: 밀어냄
S · N: 끌어당김
같은 틈에서 같은 만큼 가까이 했다. 색은 두고 마주 보는 극만 바꿨다. 두 경우의 움직임도 모두 확인했다.
새온은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무 끝이나 붙는 게 아니었어요.”
새온은 남았던 틈과 맞붙은 끝을 떠올렸다. 통 밖에서 가운데를 짚었다.
“색이 달라도 N끼리는 밀어냈어요.”
소담도 선생님을 보았다.
“두 경우를 보고 끝냈어요. 같은 틈과 같은 만큼으로요.”
선생님은 말이 끝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잘 봤네.”
퀘스트 클리어
아무끝 엉킴 · 겹까지 풀림
관찰: 같은 극 밀어냄 · 다른 극 끌어당김
스킬 강화: 「극 읽기」 같은 극·다른 극
새온은 한 걸음 물러났다. 연보라와 회색 자석은 맞붙은 채였다. 아무도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두레가 선반의 기록책을 닫았다. 소담은 더 기울이지 않고 복도 쪽으로 돌았다.
“이번엔 제때 끝냈어.”
새온도 옆에 섰다. 수학 자리에서는 소담이 먼저 시작했다. 오늘은 더 볼 수 있어도 끝낼 자리를 정했다.
셋은 열린 복도를 따라 계단 문 앞에 갔다. 문 너머로 넓은 계단과 난간이 이어졌다. 오늘도 아직 맨 아래층이었다.
다음 승급 실습
학기말 · 구역마다 관문 하나
통과하면 위층으로
조건: 셋 다 자기 말로 설명
새온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위를 봤다. 작은 조각의 위 홈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간 빛 끝을 떠올렸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