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13화 · 수학 실습

기록의 빈자리.

다음 수학 실습 시간, 새온은 회랑으로 갔다. 소담이 옆에서 걷고 두레가 기록책을 안았다. 지난 과학 자리의 손잡이는 뒤에 남았다.

소담은 두 경우를 보고 스스로 끝냈다. 새온은 그때 내려간 친구의 손을 떠올렸다. 오늘은 자기 손도 제때 멈출 수 있을까.

1층 · F반

퍼즐 회랑 · 시간 실습

남색 돌 탁자에는 은빛 쟁반 셋이 놓였다. 모두 비어 있었다. 푸른 코어는 보이지 않았다.

테두리의 작은 램프 셋도 꺼져 있었다.

곽도은 선생님이 가운데를 가리켰다. 은빛 시계 원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둥근 끝의 바늘이 멈춰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낮은 덮개가 둘러 있었다. 바늘 끝은 보여도 그 아래는 가려졌다. 새온은 빈 쟁반보다 원판을 먼저 보았다.

“오늘은 코어 안 세네요.”

“장치 기록이야.”

선생님이 원판 옆의 창을 짚었다.

실습 기록

작동 시간: 1분

한 바퀴 움직인 시간

새온은 짧은 기록을 읽었다. 장치가 움직인 시간을 적은 것이었다. 누구의 손이 더 빨랐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두레가 꿀색 기록책을 선반에 내려놓았다. 셋 뒤에는 넓은 복도가 열려 있었다. 선생님은 원판 옆에 서서 기다렸다.

위층에서 이찬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내 방법은 실습 때 보여 줄게.”

이찬은 난간 안쪽에 똑바로 서 있었다. 새온은 위를 보고 빈손을 폈다. 지난 수학 자리에서 나눈 말이 이어졌다.

“우린 우리 말로.”

이찬이 손을 내렸다. 새온도 탁자 쪽으로 돌아섰다. 오늘 기록의 빈자리를 자기 말로 채우고 싶었다.

기록창 아래에 짧은 질문이 나타났다.

같은 작동 시간

초로 적으면?

새온은 삼각 접이판을 펼쳤다. 빈 면 위에 손가락으로 큰 동그라미를 그렸다. 오래 움직인 수라면 크게 세면 될 것 같았다.

“백쯤 되나?”

백을 다 세면 끝날 원판을 떠올렸다. 접이판의 빈 면 끝까지 손가락이 갔다. 새온은 그 손을 원판 쪽으로 옮기려 했다.

소담이 안경 다리를 정리했다.

“잠깐. 단위부터 봐.”

소담의 손끝이 기록의 ‘분’을 짚었다. 다음에는 질문의 ‘초’를 짚었다. 새온은 두 글자를 번갈아 보았다.

“같은 시간인데 말이 바뀌네.”

“어떻게 바뀌는지 봐야 해.”

두레가 가슴 앞에 빈손을 들었다.

“아직. 내 말도 들어.”

새온은 접이판을 닫았다. 두레는 원판을 보고 있었다. 먼저 백이라고 정해 버리면 그 친구가 본 것은 듣지 못할 터였다.

원판 옆면에 탁한 호박빛이 감겼다. 둥근 매듭 사이에 크림빛 틈이 둘 났다. 바늘과 가장자리 덮개는 그대로였다.

선생님이 손바닥으로 옆면을 가리켰다.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야.”

빛 가닥은 원판 하나에만 머물렀다. 쟁반이나 아이들 쪽으로 뻗지 않았다. 입도 팔다리도 없이 옆면에 감겨 있었다.

퀘스트

작은 백초 엉킴

기록: 한 바퀴에 1분

같은 시간을 초로 적으면?

보상: 새 스킬

새온은 원판 가까이 가던 손을 거뒀다. 백이라는 수는 떠올렸지만 근거가 없었다. 빈 접이판에 그린 동그라미도 알려 주는 게 없었다.

처음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움직일까.

새온은 두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이유도 듣자.”

두레의 손이 가슴 앞에서 내려왔다. 탁자 바깥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바로 그 앞에 얕은 홈이 열렸다.

새온은 몸만 조금 숙였다. 안에는 작은 삼단 돌계단이 있었다. 맨 윗단 위의 한 단 모양 홈은 비어 있었다.

위 홈 안에는 푸른빛이 고여 있었다. 아래 단 밑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작은 돌은 그 아래에 따로 놓였다.

지난 수학 자리에서는 그 돌도 빛났다. 계단과 돌 사이의 틈은 여전히 있었다. 새온은 그 틈을 오래 보았다.

이번에는 위 홈의 빛이 아래로 내려왔다. 둥근 단 모서리를 지나 작은 돌까지 닿았다. 따로 빛나던 두 자리가 한 줄로 이어졌다.

“빛이 이어졌네.”

소담이 손을 홈 바깥에 뒀다. 두레의 손끝도 바깥에 모여 있었다. 작은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돌 사이를 잇는 것은 빛이었다. 빈자리에 새 돌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글자나 무늬도 나타나지 않았다.

새온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선을 봤다. 올라갈 때만 쓰는 계단이라면 왜 아래로 이어질까. 손은 뻗지 않은 채 눈으로만 따라갔다.

홈이 닫혔다. 탁자 위의 바늘은 아직 멈춰 있었다. 이번 기록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가장자리의 낮은 덮개를 열었다. 원판 둘레에 작고 둥근 홈들이 드러났다. 글씨 대신 같은 간격의 홈이 이어졌다.

바늘 끝은 홈 하나에 맞춰져 있었다. 그 곁의 안내창이 켜졌다.

장치의 움직임

한 칸 이동: 1초

한 바퀴 돌면 멈춤

두레가 바늘 끝 옆을 짚었다. 손가락은 홈을 가리지 않았다.

“여기서 시작해.”

새온도 그 자리를 봤다. 바늘이 놓인 홈을 세는 것이 아니라, 다음 홈까지 움직이는 것을 셀 차례였다.

“한 번 움직이면 한 초네.”

소담이 시작 자리와 다음 자리를 짚었다.

“홈 하나씩. 같은 간격이야.”

둘레의 홈들은 열 개씩 여섯 구간이었다. 새온은 눈으로 한 구간을 따라갔다. 구간 사이에도 더 넓은 틈은 없었다.

“다음에도 바로 이어지네.”

두레가 탁자 가장자리의 시작 장치를 가리켰다. 새온은 친구의 손이 내려간 뒤 손끝으로 톡 눌렀다. 바늘이 다음 홈으로 움직였다.

호박빛 가닥이 원판 옆면에서 움찔했다. 매듭은 그 자리 크기 안에 남았다. 바늘 끝과 홈들은 모두 보였다.

새온은 바늘을 따라 천천히 셌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한 번 났다. 한 구간을 지나자 열 번이었다.

“열 초.”

바늘은 쉬지 않고 다음 구간으로 갔다. 소담이 빈 탁자 위에서 손끝을 옮겼다. 바늘을 가로막거나 원판에 손을 넣지 않았다.

“한 칸에 한 초. 그걸 그대로 세자.”

가느다란 크림빛 핀이 옆면의 가닥에 닿았다. 새온은 손을 원판에서 멀리 뒀다. 느슨해진 매듭 사이로 은빛 옆면이 보였다.

스무 번, 서른 번. 바늘은 처음 자리 반대쪽을 지났다. 새온은 셈을 멈추려다 두레의 손끝을 봤다.

두레는 시작 홈 옆을 계속 짚고 있었다.

“처음 칸까지.”

새온은 아직 남은 반쪽을 봤다. 끝낼 자리는 큰 수를 떠올린 접이판 끝이 아니었다. 바늘이 출발했던 홈이었다.

마흔 번을 지나고 쉰 번을 지났다. 마지막 구간에서도 홈의 간격은 같았다. 두레의 손끝은 움직이지 않았다.

예순 번째 소리가 났다. 바늘 끝이 처음 홈으로 돌아왔다. 장치가 멈추고 둘레가 조용해졌다.

두레가 원판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 바퀴면 끝.”

새온은 처음 자리에 놓인 바늘을 봤다. 백까지 기다릴 움직임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한 바퀴는 이미 끝나 있었다.

두레가 원판의 둘레를 손으로 따라 짚었다.

“한 초씩 움직였어. 모두 예순 번.”

손끝이 시작 자리 곁으로 돌아왔다.

“기록의 한 바퀴랑 같아. 육십 초야. 일 분이지.”

두레는 닫힌 기록책을 가져왔다. 페이지를 펴고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끝에서 손이 멈췄다.

원판 옆면의 마지막 가닥이 느슨해졌다. 호박빛은 크림빛 알갱이로 풀렸다. 은빛 원판은 처음 홈에서 그대로 멈춰 있었다.

램프 셋이 맑게 켜졌다. 쟁반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새온은 원판과 기록창을 차례로 봤다.

한 칸마다 한 초로 세었다. 한 바퀴를 끝내 처음 홈까지 돌아왔다. 기록된 작동 시간과 확인한 시간이 맞았다.

60초 = 1분

같은 시간을 분과 초로 나타냈다. 새온은 백이라고 그렸던 빈 접이판을 내려다봤다. 이번에는 다시 펼치지 않았다.

“난 큰 수면 될 줄 알았어.”

새온이 바늘의 처음 자리를 짚었다.

“백까지 안 기다려도 되네. 예순 번에서 한 바퀴야.”

소담도 기록의 두 단위를 짚었다.

“단위만 달라. 시간은 같아.”

새온은 선생님에게 고개를 들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한 초였어요.”

두레가 원판에서 선생님 쪽으로 눈을 들었다.

“처음 홈까지 육십 초였어요. 일 분 기록과 같아요.”

선생님은 셋의 말이 끝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해.”

퀘스트 클리어

기록, 맞춰 봤어

작은 백초 엉킴 · 풀림

새 스킬: 「분초 바꿈」 분과 초의 관계

새온은 접이판을 옆에 끼웠다. 두레도 기록책을 닫았다. 원판의 바늘은 움직이지 않고 램프만 빛났다.

“기록 끝. 가자.”

셋은 열린 복도로 나왔다. 멀리 다른 실습 아치가 보였다. 둥근 받침 위에 글자 없는 시계 원판 둘이 쉬고 있었다.

새온은 걸음을 늦춰 친구들과 나란히 섰다. 오늘은 두레의 말이 끝난 뒤에 손을 움직였다. 그 말 덕분에 어디서 끝낼지 보았다.

아치 아래를 지나며 새온은 위를 올려다봤다. 오늘도 맨 아래층이었다. 작은 돌들은 떨어져 있어도 빛은 아래로 이어졌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

1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