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과학 실습 시간, 새온은 실험 구역으로 갔다. 소담과 두레도 함께였다. 시계 원판은 수학 회랑에 남겨 두었다.
한 바퀴의 끝을 짚던 두레의 손이 떠올랐다. 새온은 오늘 놓인 물건부터 보고 싶었다. 앞서 걷던 발을 조금 늦췄다.
지난 자석 자리 너머에 낮은 관찰대가 있었다. 계단 문은 뒤쪽에 열려 있었다. 셋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같은 층에서 옆으로 걸었다.
“이번엔 이 자리네.”
1층 · 실험 구역
오늘의 관찰: 전과 지금
관찰대에는 투명 플라스틱 통 하나가 섰다. 손바닥만 한 둥근 통이었다. 모래색 뚜껑은 잠겨 있었다.
통은 낮은 받침 안에 곧게 놓였다. 옆에는 네모난 관찰판이 따로 섰다. 통과 판 사이에는 빈 틈이 있었다.
곽도은 선생님이 받침 곁에 서 있었다. 새온은 몸을 조금 숙여 통 안을 봤다. 바닥 쪽에 맑은 물이 남아 있었다.
앞 가장자리의 작은 결과 등은 꺼져 있었다. 셋 뒤에는 돌아갈 넓은 복도가 열렸다. 오늘은 자석 손잡이를 잡을 일이 없었다.
소담이 지난 실습의 기록을 접었다. 접은 기록을 옆 선반에 놓고 손을 뗐다.
“지난 건 닫았어.”
새온은 소담이 다시 펴지 않는 손을 봤다. 이미 본 두 경우를 더 확인하지 않았다. 두레는 꿀색 기록책을 관찰판 옆에 펼쳤다.
관찰판 왼쪽에는 그림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지금 통과 같은 뚜껑과 받침이 그려졌다. 안에는 울퉁불퉁한 얼음 한 덩어리가 있었다.
글자 없는 그림이었다. 얼음은 통 바닥 위에 모양을 세우고 있었다. 새온은 그 모서리에서 오른쪽 통으로 눈을 옮겼다.
지금은 그런 모서리가 보이지 않았다. 뚜껑 아래부터 바닥까지 다시 봤다. 얼음 덩어리는 없고 맑은 물만 있었다.
선생님이 왼쪽 그림을 가리켰다.
“이 통의 전 기록이야. 물로 만든 얼음이 있었어.”
선생님의 손이 현재 통 곁으로 왔다.
“뚜껑은 계속 잠겨 있었어. 넣거나 꺼낸 건 없어.”
새온은 그림 속 얼음이 있던 자리를 짚었다. 손끝은 관찰판 바깥에 머물렀다. 단단해 보이던 덩어리는 지금 어디에도 없었다.
“얼음 없네. 사라졌지?”
새온은 접이판의 빈 면을 펼쳤다. 전 그림의 모서리를 손끝으로 따라 그렸다. 다음 자리에는 아무 모양도 짚지 않았다.
얼음이 없으니 빈자리로 남기면 될 듯했다. 새온은 접이판을 닫으려 했다. 두레의 손도 기록책 끝에서 잠깐 멈췄다.
두레는 새온을 보고 가슴 앞에 빈손을 들었다.
“아직. 내 말도 들어.”
새온은 접이판을 펼친 채 손을 내렸다. 수학 자리에서도 들었던 말이었다. 이번에도 두레가 짚을 자리를 기다렸다.
두레의 손끝이 전 그림으로 갔다. 얼음 모서리에서 멈췄다가 현재 통 쪽으로 왔다. 손가락은 바닥의 물 앞에 머물렀다.
“한 번 더 볼게.”
소담이 안경 다리를 정리했다. 잠긴 뚜껑을 통 밖에서 짚었다.
“잠깐. 통은 안 열었어.”
새온은 뚜껑의 잠금 부분을 봤다. 그림 속 뚜껑도 같은 자리에 닫혀 있었다. 빈 면이라고 생각했던 오른쪽에 물이 보였다.
새온은 관찰대 가장자리를 한 번 톡 쳤다. 손은 통에 닿기 전에 멈췄다. 옆 관찰판에 탁한 호박빛이 감겼다.
가닥은 판의 테두리에서 둥근 매듭이 됐다. 사이에 크림빛 눈 같은 틈이 둘 났다. 왼쪽 그림과 오른쪽 통은 가리지 않았다.
선생님이 관찰판을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야. 본 걸 말해 봐.”
빛은 관찰판 하나에만 머물렀다. 통이나 물에 옮겨 가지 않았다. 새온이 손을 거둔 뒤에도 더 커지지 않았다.
돌발 퀘스트
작은 사라짐 엉킴
관찰통의 얼음이 모두 녹았다.
통에 남은 물의 상태는?
보상: 새 스킬
새온은 질문을 읽고 통을 다시 봤다. 없어졌다고 말했는데, 질문은 남은 것을 물었다. 지금 자기 손가락 앞에도 물이 있었다.
두레는 전 그림과 통을 번갈아 짚었다.
“얼음 자리 말고. 여기까지 봐.”
새온의 눈이 통 바닥으로 내려갔다. 맑아서 뒤쪽 받침까지 보였다. 비어 있는 통처럼 지나칠 뻔한 자리였다.
얼음 모양이 없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것. 둘을 같은 말로 해도 될까.
새온은 닫으려던 접이판을 내려놓았다. 두레도 기록책을 덮지 않았다. 전 그림 옆의 빈 면을 그대로 펼쳐 두었다.
“남은 게 움직이는지 볼게요.”
새온이 선생님을 올려다봤다. 선생님은 잠금 부분과 받침을 살폈다.
“조금만 기울여 봐. 뚜껑은 그대로 둬.”
새온은 통의 양옆을 받쳐 잡았다. 받침 안에서 한쪽을 조금 낮췄다. 통 밖으로 나온 것은 없었다.
안의 물이 낮아진 쪽으로 모였다. 먼저 있던 바닥 자리를 따라 흘렀다. 그림처럼 솟은 모서리를 붙들고 있지 않았다.
“여기 남아 있었네.”
새온은 통을 곧게 세워 받침에 놓았다. 물은 다시 바닥 쪽에 모였다. 잠긴 뚜껑은 처음 그대로였다.
두레가 낮아졌던 쪽을 통 밖에서 짚었다.
“지금은 통을 따라 움직여.”
그러고는 전 그림의 얼음 끝을 짚었다.
“전에는 덩어리 모양이 있었어.”
두레의 손은 두 자리 사이에서 멈췄다. 새온은 자기가 비워 둔 접이판을 봤다. 모서리가 없다고 해서 남은 물까지 빼놓았다.
그때 받침 앞의 얕은 홈이 열렸다. 새온은 통에서 손을 뗀 채 몸만 숙였다. 두레도 홈 바깥으로 손끝을 모았다.
안에는 작은 삼단 계단 조각이 있었다. 둥근 모서리를 따라 빛 선이 올라갔다. 끝은 맨 위 홈 바로 아래에 닿아 있었다.
“이번엔 여기까지.”
두레의 손끝은 홈 바깥에서 멈췄다. 새온은 지난 과학 자리의 빛을 떠올렸다. 그때보다 선 끝이 조금 더 높았다.
맨 위 홈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빛이 바로 아래에 닿아도 돌은 채워지지 않았다. 조각에는 글자나 무늬가 없었다.
수학 회랑의 빛은 아래로 이어졌다. 여기서는 위로 올라갔다. 새온은 두 방향을 떠올려 봤지만, 둘이 만나는 곳은 보지 못했다.
셋은 조각을 꺼내지 않았다. 홈이 닫히자 새온은 다시 통으로 눈을 돌렸다. 물은 곧게 선 통 안에 남아 있었다.
관찰판의 가닥은 아직 감겨 있었다. 작은 결과 등도 꺼져 있었다. 빛을 본 것과 관찰을 끝낸 것은 달랐다.
두레가 기록책의 빈 면을 손끝으로 짚었다. 전 그림 곁에 통 바닥의 물을 그렸다. 그림 속 얼음과 같은 높이로 맞추지는 않았다.
“모양만 없어졌다고 썼어.”
두레가 처음 짚었던 얼음 자리로 손을 돌렸다.
“남은 물을 빼놓았네.”
새온은 두레의 새 그림을 봤다. 울퉁불퉁한 덩어리 옆에 바닥을 따라 놓인 물이 있었다. 빈 통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두레는 전 그림을 짚고 현재 통을 봤다.
“전은 고체.”
손끝이 통 바닥 앞에서 멈췄다.
“지금은 액체. 끝.”
두레가 페이지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손이 끝에 닿자 관찰판의 매듭이 느슨해졌다. 엉킨 가닥은 크림빛으로 펴졌다.
눈 같은 틈도 가닥 사이에서 닫혔다. 풀린 가닥들은 관찰판 위에 곧게 놓였다.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새온은 관찰판에서 통으로 눈을 옮겼다. 판에는 펴진 빛이, 통에는 맑은 물이 있었다. 물 자체에서 빛이 나지는 않았다.
“사라진 게 아니었네.”
새온은 접이판의 오른쪽 빈 면을 짚었다.
“난 얼음 모양만 봤어. 여기 물을 못 봤네.”
소담도 통 바닥을 보며 손을 내렸다.
“남은 물은 액체네.”
앞쪽의 작은 결과 등이 켜졌다. 전 기록에서는 얼음의 모양을 확인했다. 지금은 얼음 없이 남은 물의 움직임을 봤다.
두레가 짚은 두 자리를 새온도 다시 봤다. 전의 얼음은 고체였다. 녹은 뒤 통에 남은 물은 액체였다.
새온은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빈 통인 줄 알았어요. 물이 남아 있었어요.”
두레도 기록책에서 손을 뗐다.
“얼음이 녹아 액체 물이 됐어요.”
선생님은 두 말이 끝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잘 봤네.”
퀘스트 클리어
작은 사라짐 엉킴 · 풀림
새 스킬: 「같은 물」 녹음(고체→액체)
새온은 접이판의 빈 면에 물이 남은 자리를 짚었다. 다음에는 덩어리가 없는 자리도 볼 수 있을 듯했다. 판을 닫고 옆에 끼웠다.
두레는 새 그림을 한 번 보고 기록책을 닫았다.
“내 기록도 끝.”
통은 잠긴 채 받침에 섰다. 물도 안에 그대로였다. 관찰판 위의 곧은 가닥과 켜진 등은 뒤에 남았다.
멀리 다음 관찰대가 보였다. 투명 플라스틱 관찰통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안쪽은 여기서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음 자리로 가자.”
새온은 두레가 기록책을 안은 뒤 걸었다. 셋은 열린 복도를 따라 나란히 갔다. 계단 문 옆을 지나도 같은 맨 아래층이었다.
새온은 걸음을 늦추고 위를 올려다봤다. 홈은 비어 있는데 빛은 그 바로 아래까지 왔다. 오늘은 남은 자리부터 다시 보게 됐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