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22화 · 과학 실습

그대로 둔 관찰통.

다음 과학 실습 시간, 새온은 관찰대로 갔다. 지난번 설명을 세워 둔 받침이 보였다. 소담과 두레도 같은 복도를 걸어왔다.

수학 자리에서는 이름표의 수를 고쳤다.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고 손을 움직였다. 오늘도 먼저 본 것을 함께 맞추고 싶었다.

“이번 설명도 우리가 놓자.”

새온은 삼각 접이판을 선반에 폈다. 지난 과학 시간의 글은 뒤쪽으로 넘겼다. 새 면에는 아직 아무 말도 없었다.

1층 · 실험 구역

관찰 기록 · 전시 설명 자리

낮은 받침에 투명 플라스틱 관찰통이 있었다. 위는 열려 있고 안에는 물이 남았다. 통 옆에는 작은 전시 받침이 비어 있었다.

곽도은 선생님이 관찰대 곁에 섰다. 가열 도구는 놓여 있지 않았다. 뒤로 물러날 복도도 넓게 열려 있었다.

소담은 조각함을 선반 안쪽에 놓았다. 두레는 꿀색 기록책을 펼쳤다. 새온은 통을 옮기려다 손을 거뒀다.

오늘 놓을 것은 통이 아니라 설명이었다. 미리 관찰한 기록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통은 둥근 받침 안에 그대로 두었다.

관찰판 두 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왼쪽에는 같은 통의 전후 그림이 있었다. 전보다 후 그림의 물 높이가 낮았다.

오른쪽 판에는 관찰 조건이 적혀 있었다. 평소 교실 온도에서 같은 자리에 두었다. 얼음은 넣지 않고 액체 물로 시작했다.

물을 끓이거나 흘리지 않았다고도 적혀 있었다. 닦아 내거나 다른 통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새온은 기록의 끝까지 눈을 옮겼다.

그 옆에는 관찰한 변화의 설명이 있었다. 표면의 액체 물 일부가 기체 상태의 물로 바뀌었다. 지난 시간에 읽은 변화였다.

“이 기록에 맞는 설명을 남겨 봐.”

선생님이 빈 전시 받침을 가리켰다. 답이 적힐 자리는 손대지 않았다. 두레도 기록책의 빈 면을 새온 쪽으로 폈다.

새온은 물 위를 잠깐 들여다봤다. 통 안의 물은 가만히 있었다. 지금 눈앞에서는 높이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번 배운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하지만 끓이지 않았다는 줄이 눈에 걸렸다. 전시 글에는 그 조건을 꼭 넣고 싶었다.

“끓일 때 바뀌는 게 더 확실하겠지.”

새온은 접이판에 먼저 적어 봤다.

끓일 때만 물이 기체로 바뀐다.

지난 시간에는 끓이지 않아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새온은 자기가 쓴 ‘만’을 내려다봤다. 그 말을 붙이니 설명이 짧고 분명해 보였다.

접이판을 전시 받침 앞에 세웠다. 두 그림 사이에는 손가락 너비의 틈을 뒀다. 글과 그림을 나란히 놓으니 다 된 듯했다.

탁한 호박색 빛 매듭이 두 관찰판에 감겼다. 둥근 윤곽 안에 크림빛 눈 틈이 났다.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 엉킴이었다.

왼쪽 가닥은 굽은 결이 그대로 보였다. 오른쪽은 반듯한 테두리처럼 매끈했다. 글과 물 높이는 가리지 않았다.

새온은 오른쪽 판이 다 된 듯 느꼈다. 통이나 셋의 손에는 가닥이 닿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매듭도 커지지 않았다.

퀘스트

끓어야 엉킴

끓이지 않은 같은 통의 전후 기록

관찰한 변화에 맞는 설명을 놓기

보상: 스킬 강화

소담은 안경 다리를 정리했다. 손끝이 새온의 글 앞에서 멈췄다.

“‘만’을 붙이면 이 그림은?”

새온은 접이판을 밀던 손을 멈췄다. 후 그림의 물은 전보다 낮았다. 끓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그대로였다.

끓여야만 바뀐다면, 이 기록은 어디에 놓을까.

새온은 손을 선반에 내려놓았다. 그림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지난번에는 짐작대로 높이를 고쳤다가 다시 그렸다.

이번에는 그림을 그대로 두고 싶었다. 새온은 두 그림의 아래 모서리를 맞췄다. 물 높이의 차이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건 끓이지 않았는데 바뀌었어.”

새온이 접이판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짧게 쓰려다 조건 하나를 밀어낸 셈이었다. 앞서 배운 말을 다른 곳에 놓아야 했다.

두레가 기록책을 옆에 펼쳐 놓았다.

“여기. 아직 이름만 쓰지 마.”

손끝은 낮아진 물 그림을 지나갔다.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었다는 설명에서 멈췄다. 새온은 그 줄을 다시 읽었다.

“줄어든 모습도, 바뀐 상태도.”

두레는 두 자리 사이에 손을 폈다. 새온은 낮아진 높이만 보면 끝낼 뻔했다. 기록에는 어떤 변화인지도 함께 있었다.

소담이 조건 줄부터 짚었다.

“얼음 없이 물로 시작했어.”

다음 줄로 손끝을 옮겼다.

“끓이지 않았고, 흘리거나 닦지도 않았어.”

새온은 그 말에 맞춰 그림을 봤다. 액체 물이 남은 통이었다. 얼음이 녹은 그림으로 바꿀 자리가 없었다.

소담은 손을 거두려다 설명 줄도 짚었다.

“높이만으로 고르는 게 아니야. 바뀐 상태가 여기 있어.”

소담의 손끝에서 가는 크림빛 핀이 뻗었다. 오른쪽 판의 매끈한 가닥이 멈췄다. 손은 판 가장자리 밖에 머물렀다.

윤이 멎자 감긴 결이 드러났다. 반듯한 테두리처럼 보인 곳도 엉킴이었다. 새온은 그 안의 변화 설명을 다시 짚었다.

새온은 접이판의 첫 글을 지웠다. 이번에는 ‘끓이지 않았다’부터 적었다. 그 아래에 표면의 액체 물을 썼다.

“액체 물 일부가 기체 상태의 물로 바뀌었어.”

새온은 설명을 쓰며 통 그림을 짚었다. 후 그림에도 액체 물이 남아 있었다. 전부 바뀌었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럼 끓여야만 한다는 내 말은 안 맞네.”

접이판을 다시 그림 옆으로 돌렸다. 원래 기록의 물 높이는 손대지 않았다. 고친 글이 두 그림을 함께 설명했다.

소담은 전시 받침 앞에 손을 멈췄다. 눈이 조건 줄로 다시 돌아갔다.

“한 번 더 볼까. 아니, 확인한 줄은 다 있어.”

소담은 받침을 빈 설명 자리 앞에 맞췄다. 새온은 친구가 손을 내리는 모습을 봤다. 더 볼 곳을 찾던 손이 놓을 곳을 정했다.

두레는 기록책의 페이지 끝을 쓸었다. 낮은 물 그림과 고친 글을 나란히 짚었다.

“기록은 그대로. 상태 설명도 맞아.”

두레가 새온을 보고 말을 덧붙였다.

“이 둘이 맞으면 끝.”

새온은 통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 지금 더 기다려 높이를 낮출 필요도 없었다. 이미 관찰한 전후 기록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새온은 접이판을 전시 받침에 세웠다. 소담은 아래 기록이 보이게 틈을 벌렸다. 두레는 책에 셋의 설명을 남겼다.

두 관찰판의 마지막 가닥이 풀렸다. 크림빛 가닥은 각 판 위에 곧게 놓였다. 통 안의 물은 빛과 떨어져 그대로 남았다.

받침 앞의 작은 결과 등이 켜졌다. 새온은 자기 글을 선생님께 보여 드렸다.

“끓일 때만 바뀐다고 썼어요. 이 기록에는 안 맞았어요.”

새온은 지운 자리와 새 글을 함께 짚었다.

“끓이지 않은 물도 표면에서 기체로 바뀌었어요.”

소담이 조건 줄 앞에 손을 폈다.

“평소 교실 온도였고, 흘리거나 닦지 않았어요.”

두레도 기록책을 조금 들었다.

“낮아진 모습과 바뀐 상태를 함께 남겼어요.”

선생님은 셋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들었다.

“이제 그림 옆에 둘 수 있겠네.”

액체 물이 표면에서 기체로 바뀌는 것이 증발이다. 기체 상태의 물은 수증기다. 끓지 않는 물에서도 이 변화가 일어난다.

새온은 설명 끝에 증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빈 공간에 기체 모양은 그리지 않았다. 수증기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퀘스트 클리어

관찰 기록 · 상태 변화 설명 확인

끓어야 엉킴 · 풀림

스킬 강화: 「숨은 수증기」 증발

전시 받침 옆의 작은 홈이 열렸다. 새온은 손을 바깥에 둔 채 몸만 숙였다. 안에는 실제 삼단 돌계단 조각이 있었다.

맨 윗단 위의 작은 홈은 빛으로 가득했다. 지난 과학 자리에서 본 모습이었다. 홈을 채운 돌은 아직 없었다.

이번에는 가득 찬 푸른빛이 아래로 흘렀다. 단 모서리를 따라 조각 아래까지 갔다. 삼단 조각은 홈 바닥에 그대로 있었다.

“여기 빛도 내려오네.”

새온은 손을 넣지 않고 빛을 따라 봤다. 첫 수학 자리에서 본 방향이 떠올랐다. 두 곳의 빛이 같은 쪽으로 돌아왔다.

“조각은 그대로 있어.”

두레가 홈 밖에서 짚었다. 새온은 조각 아래로 돌아온 빛을 다시 봤다.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글자나 문양은 나타나지 않았다. 셋은 어느 조각도 꺼내지 않았다. 덮개가 닫히자 새온은 몸을 세웠다.

멀리 층 문 앞의 넓은 문간이 보였다. 문은 닫혀 있고 앞자리는 비어 있었다. 옆 안내창에는 익숙한 공지가 떠 있었다.

다음 승급 실습

학기말 · 구역마다 관문 하나

조건: 셋 다 자기 말로 설명

새온은 두 친구를 돌아봤다. 오늘도 같은 기록을 셋이 설명했다. 자기 글은 친구가 짚은 자리에서 바뀌었다.

두레가 책을 닫고 소담은 조각함을 들었다. 새온도 접이판의 전시 글을 옮겨 남겼다. 빈 판을 접은 뒤 열린 복도로 물러났다.

셋은 아직 같은 맨 아래층을 걸었다. 위에서 내려온 빛이 자꾸 떠올랐다. 꼭대기와 이어진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

22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