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온은 계단 문 앞에서 발끝을 돌렸다. 곽도은 선생님이 옆 복도를 가리켰다. 입학 첫날의 실습은 아직 남아 있었다.
“새온, 소담, 두레. 실험대로.”
퍼즐 회랑에서 같은 층의 복도를 걸었다. 발밑은 넓고 평평했다. 뒤로 돌아갈 길도 그대로 열려 있었다.
이번에는 쟁반 대신 낮고 긴 실험대가 보였다.
남색 창이 새온 앞에 떠올랐다. 왼쪽 위는 작은 계단 모양이었다.
1층 · 실험 구역
과학 · 자석 실험
새온은 수학 탁자에 놓고 온 코어를 떠올렸다. 네 개씩 담긴 쟁반 셋.
그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계단은 오르지 않았다. 모아뜰 아카데미에는 같은 층에도 다른 자리가 있었다.
“1층 첫 실험이네. 잘 볼게.”
위층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류모은이 난간 안쪽에 똑바로 서 있었다. 손에는 청록 테의 둥근 관찰판이 들려 있었다.
가운데 투명한 부분은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이었다.
새온은 손을 조금 들어 보였다. 아까 이찬에게 한 약속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자기 방법을 찾고 싶었다.
새온은 위를 보던 눈을 실험대로 돌렸다.
실험대는 짙은 남색 돌 받침 위에 있었다. 회색 플라스틱 가장자리는 둥글었다. 앞쪽에는 작은 결과 등이 하나 달렸다.
아직 꺼져 있었다.
뒤쪽의 짧은 팔에는 회색 막대자석이 붙어 있었다. 손잡이를 돌리면 팔이 옆으로 움직였다. 자석은 팔에서 떨어지지 않는 안전한 실험 장치였다.
흰 접시 세 개가 앞에 나란히 놓였다. 왼쪽에는 은빛 철 클립 하나가 있었다. 가운데에는 종이 카드 한 장이 누워 있었다.
오른쪽에는 노란 플라스틱 컵 하나가 있었다.
클립은 철로 만든 것이었다. 카드는 종이뿐이었다. 컵에도 금속 장식이나 속에 든 금속은 없었다.
플라스틱 표면이 매끈해서 빛을 반사했다. 클립과 컵은 둘 다 반짝였다.
선생님은 실험대 옆에 섰다.
“자석은 그대로. 물체만 바꾼다.”
새온은 뒤쪽으로 돌아가 있는 자석을 보았다. 어느 접시에도 아직 가까이 대지 않았다. 이번에는 같은 자석을 물체에 하나씩 대 보는 일이었다.
“제가 먼저요.”
소담이 세 접시를 차례로 짚었다.
“뭐부터 해 볼까?”
새온은 실험대 모서리를 톡 쳤다. 은빛 클립에 작은 빛이 맺혔다. 노란 컵 옆면에도 비슷한 빛이 길게 났다.
종이 카드는 빛이 옮겨 가도 잠잠했다.
예측
철 클립 · 플라스틱 컵 · 종이 카드
예측은 해 보기 전에 결과를 짐작하는 것이었다. 새온은 클립과 컵을 손가락으로 이어 짚었다. 둘은 닮은 자리가 분명했다.
“반짝이면 붙어. 클립이랑 컵.”
카드는 짚지 않았다. 새온의 손은 곧장 자석 손잡이로 갔다. 두 물체를 확인하고 나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소담이 안경 다리를 한 번 정리했다.
“잠깐. 왜 그 둘이야?”
“둘 다 반짝이잖아.”
두레가 가슴 높이로 손을 들었다.
“아직. 확인하고 말해.”
새온의 손가락이 손잡이 위에서 멈췄다. 잡기 직전의 모양 그대로였다. 손은 먼저 도착했는데, 확인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때 컵 둘레에 탁한 호박색 가닥이 보였다. 가닥은 둥글게 엉킨 작은 매듭이었다. 사이에는 크림빛 틈 두 개가 있었다.
단순한 눈처럼 보이는 틈이었다. 입도 팔다리도 없었다.
매듭은 컵에 감긴 채 제자리에 머물렀다. 새온 쪽으로 뻗지 않았다. 새온은 멈춘 손을 자기 앞으로 거두었다.
“내 말이 감겼어?”
선생님이 컵 옆의 매듭을 가리켰다.
“엉킴이야. 틀린 생각이 뭉친 장치야. 설명하면 풀려.”
작은 매듭 아래로 노란 컵이 보였다. 컵은 그대로였다. 새온은 자기 말이 물건 앞에 먼저 놓인 것 같았다.
아직 해 보지도 않았는데 붙는다고 정해 버린 말이었다.
실험대 옆에 창이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작은 반짝이 엉킴
같은 자석을 가까이 대면 붙는 물체는?
보상: 새 스킬
소담이 뒤쪽의 자석을 짚었다.
“같은 자석으로. 하나씩.”
새온은 손잡이와 세 접시를 번갈아 보았다. 컵의 반짝이는 자리는 매듭 아래에도 남아 있었다. 반짝이는 곳을 짚은 것과 자석을 댄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럼 둘은 정말 같은 결과가 날까.
새온은 이번에는 손잡이를 천천히 잡았다. 왼쪽 접시부터 자석 끝을 가까이 가져갔다. 철 클립이 접시에서 들려 자석 끝에 붙었다.
새온이 손잡이를 조금 뒤로 돌렸다. 클립도 자석과 함께 움직였다. 왼쪽 접시는 비어 있었다.
방금 붙은 것은 분명히 클립이었다.
“클립은 붙었어.”
소담은 클립을 자석에서 떼었다. 곽도은 선생님이 곁에서 장치를 살폈다. 소담이 클립을 왼쪽 접시에 돌려놓았다.
“클립 떼고, 카드.”
새온은 자석 끝에 아무것도 없는지 보았다. 클립이 붙은 채로 다음 물체에 대지 않았다. 같은 맨 자석을 가운데 접시로 돌렸다.
종이 카드 가까이에서 손잡이를 멈췄다. 카드는 들리지 않았다. 자석을 물려도 카드의 모서리는 접시 위 그대로였다.
그때 받침 앞쪽에 얕은 홈이 열렸다. 새온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몸을 조금 숙였다. 홈 안에 작은 계단 조각이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세 단이 이어졌다. 실제로 높이가 다른 작은 조각이었다. 둥근 모서리를 따라 빛이 아래로 흘렀다.
글자나 무늬는 없었다.
“맨 위 칸만 비었어.”
두레가 홈 밖에서 손끝으로 가리켰다. 맨 위 단에는 작은 빈 홈이 하나 있었다. 새온도 손을 바깥에 둔 채 그 자리를 보았다.
수학 탁자에서 본 빛도 아래로 돌아왔다. 여기서는 빈 홈까지 보였다. 두 조각이 이어지는 것일까.
새온은 닮은 빛의 방향을 눈으로 따라갔다. 조각을 꺼내지는 않았다.
빛이 아래쪽을 지나자 받침 홈이 닫혔다. 새온은 몸을 바로 세웠다. 오른쪽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컵이 남아 있었다.
결과 등은 꺼져 있었다. 단서를 보았다고 실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새온은 맨 자석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컵 가까이 가져가고 손을 멈췄다. 노란 컵은 움직이지 않았다.
반짝이는 빛도 여전히 컵 옆면에 있었다.
자석을 조금 물렸다가 다시 가까이 댔다. 컵은 접시 위 같은 자리에 남았다. 새온은 왼쪽의 클립을 돌아보았다.
반짝이는 두 물체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였다.
“둘 다 반짝여도, 철로 만든 것만 붙었어.”
새온은 자기 손가락이 먼저 짚었던 두 자리를 보았다. 겉에서 보이는 빛은 비슷했다. 하지만 클립은 철이고 컵은 플라스틱이었다.
“반짝이는지만 봤네. 뭐로 만든 건지 봐야 했어.”
컵에 감긴 바깥 가닥이 느슨해졌다. 탁한 호박색 매듭 사이로 컵 표면이 더 보였다. 마지막 가닥은 아직 컵에 감겨 있었다.
결과 등도 켜지지 않았다.
새온은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클립만 붙었어요. 카드랑 컵은 안 붙었어요.”
선생님은 답을 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레가 실험대 앞에 손을 놓았다.
“셋 다 봤어. 붙은 것과 안 붙은 것.”
두레는 자석을 다시 왼쪽 접시로 돌렸다. 철 클립이 자석 끝에 붙었다. 왼쪽 접시는 비고, 가운데 카드와 오른쪽 컵은 남았다.
새온은 그 모습을 나란히 보았다. 같은 자석으로 하나씩 확인했다. 세 물체의 결과도 모두 가려졌다.
처음에 짐작한 두 개 가운데 붙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두레의 빈손이 실험대 앞 가장자리를 쓸었다. 손끝이 끝에서 멈췄다.
“여기까지면 끝.”
마지막 가닥이 풀렸다. 크림빛으로 바뀐 가닥은 컵 위에서 사라졌다. 눈처럼 보이던 틈도 함께 없어졌다.
컵은 노란 플라스틱 컵 그대로 남았다.
그제야 앞쪽 결과 등이 처음 켜졌다. 자석에서는 빛이 나지 않았다. 작은 불빛은 실험대 가장자리에서 가만히 빛났다.
관찰
붙음: 철 클립
안 붙음: 플라스틱 컵, 종이 카드
새온은 예측 창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처음의 말과 지금의 결과가 달랐다. 이번에는 그 차이를 말할 수 있었다.
붙을 것 같다는 말 옆에 무엇을 보았는지도 놓을 수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
작은 반짝이 엉킴 · 풀림
관찰: 철 클립만 붙음
새 스킬: 「붙음 가리기」 자석에 붙는 물체
새온은 반짝이는 컵을 한 번 더 보았다. 아까와 같은 컵인데, 이제 클립과 따로 말할 수 있었다. 빛나는 모습보다 자석을 댔을 때의 모습을 기억했다.
“다음 실험은요?”
“다음 시간, 여기서. 예측 먼저.”
선생님이 실험대를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새온은 손잡이에서 물러났다. 다음번에는 짐작을 말한 뒤 확인할 차례도 남겨 두고 싶었다.
두레가 기록책을 닫았다.
“오늘 실험은 끝.”
셋은 넓은 복도로 돌아갔다. 뒤의 실험대에는 자석에 붙은 클립이 남았다. 카드와 컵도 제자리에 있었다.
켜진 결과 등과 닫힌 받침 홈이 보였다.
계단 문 앞의 안내창은 수학 구역에서 본 것과 같았다.
다음 승급 실습
학기말 · 구역마다 관문 하나
통과하면 위층으로
조건: 셋 다 자기 말로 설명
새온은 아직 맨 아래층 바닥에 서 있었다. 열린 문 너머로 넓은 계단과 난간이 이어졌다.
지금은 올라가지 않았다. 먼저 고개를 들어 보이지 않는 위를 보았다.
계단 조각의 빈 홈이 떠올랐다. 빛은 왜 두 자리에서 모두 아래로 흘렀을까. 새온은 그 생각을 품고 탑을 올려다보았다.
꼭대기엔 뭐가 있지?